
"내겐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채연
명원 / 30 / 여 / 165cm, 표준 / 12년 입문
신중한 / 고고한 / 유연한
"... ...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성급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꾸준히 길렀다. 허나
그것이 자신의 긍지를 저버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당당해야할 때와 겸손해야 할 때를 구분하고, 상대를 움직여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그녀가 4년간 다듬어온 마음가짐이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가주의 말은 곧 가문의 존속과 직결되기에. 어렵사리 일으켜세운 가문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이기에 그녀는 더욱 오래 고민하고,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문을 모욕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아요."
어린시절의 당당함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평화롭게 살아온 아이만이 할 수 있던 치기어린 행동이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오만한 마음을,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비웃음을 받고, 자존심이 짓밟혀도 모욕을 견뎌내며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그럼에도 그녀가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은, 본디 그녀의 가문이 갖고 있던 빛나는 위상이었다. 자신이 되찾은 것에 대한 긍지만큼은 늘 마음에 품었다. 자신은 가문을 이끄는 이이기에 어디서나 당당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또한 강해야 한다, 그리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의 가문을 바로세우는 첫걸음이라 여겼다.
"글쎄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춰볼래요?"
제 고집을 꺾을 줄 몰랐던 당돌한 아가씨는 이젠 가만히 때를 살피고, 필요할땐 굽힐 줄도 아는 유연한 성격이 된다. 자신감을 가지되
오만하지 않게. 상황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되 결코 꺾이지 않도록.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 늘었다. 상대를
속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진정성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하는 바를 모두 내뱉지
않으며,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태연하게 하곤 했다. 펼쳐진 부채 너머, 가려진 표정 너머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기타
:: 채 家 ::
흔히들 예술가의 가문이라고 회자되었다. 7년 전, 가문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인해 가주가 죽임을 당한 후 벌어진 칼부림으로 그 명성이
추락했다. 가문 내 여러 세력이 결집하고, 견제하며 가주의 자리를 놓고 다투길 2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가문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최근, 계속되던 분열이 종식되고 전 가주의 딸에 의해 위상이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분열로부터 6년, 각고의 노력 끝에 채연은 가주의 자리를 되찾았다. 가주가 된 후 1년동안 가문의 기틀을 다졌으며, 지금도 많은 변화를 통해 가문을 견고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가족 ::
7년 전, 가문 내에서 벌어진 분열로 부모님이 죽임을 당했다. 남동생과 여동생의 행방은 묘연. 계속해서 찾고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채륜, 채하. 이제 24세, 22세가 되었을 두 동생을 굉장히 그리워하고 있다.
:: 호불호 ::
향긋한 꽃내가 감도는 따뜻한 차와 그와 곁들여 먹는 다과를 좋아한다. 사과나 감과 같이 아삭하고 단 과일을 좋아하며, 화려하고 반짝이는 장신구들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동안 너무 바빠서 차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고.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차를
접하다보니 꽃차 말고도 다른 차도 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꽃을 우린 차일테지만 말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추악한 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어쩌면 귀나 끔찍한 어떤 생물체보다도 더. 추악한
속내를 감추고 접근하는 인간들은 그녀가 가장 역겨워하는 부류였다.
무언가가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반대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제일 싫어한다. 자신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지
못했을 경우엔 더더욱. 허나 이제는 대책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부딪혀야만 한다. 싫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 그녀에 관하여 ::
옅게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칼. 일부는 땋아올려 비녀를 꽂았고, 옆머리는 방해되지 않도록 땋아서 늘어뜨렸다. 타오르는 듯한 진한
붉은 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고, 화려한 장신구도 두어개 착용한다. 누가봐도 '화려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반말과 존대가 섞인 묘한 말투를 사용한다. 반말은 자신의 긍지를 나타내는 고고함의 흔적이고, 존대는 상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존중의
의미. 보통 가벼운 존대를 하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어조를 사용한다. 종종 마음을 터놓고자 할 때는 어릴적의 장난스러운 말투가 나오기도 한다.
부채를 늘 손에 들고 다닌다. 어릴때부터 자주 사용해온 듯 자연스러운 몸짓을 보인다.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위한 도구이기도 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제는 낡은 그 부채를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으며, 대체로 깨끗한 천과 화려한 장식으로 싸여있다.
:: 특기/선호무기 ::
빠른 속도를 이용한 체술에 능하다. 자신의 체술을 더욱 수련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자신의 품 안에 있는 것들을 또한 지킬 수 있도록
단련했다. 예술에 재능이 없다 말했던 그녀이지만, 자신의 빠른 속도를 토대로 무도와 체술을 접목시킨 자신만의 무술을 만들어 냈다.
물흐르듯 부드러운 동작으로 빠르게 공격하는 그녀의 특기는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한번 무너졌던 가문을 본래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기로는 단검류와 륜을 사용한다. 예리하게 날이 서 있지만 보기만큼 무겁지는 않으며, 륜을 던지거나 휘둘러 공격한다. 무기에 장식된
세공이 화려한 것은 여전하다.
:: 명원 ::
약 2년간은 명원에 머물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며 지냈다. 연제를 가르치고, 문파원들과 어울리며 평소처럼 지내려 노력했다. 다만 다과를 즐기며 대화를 하는 수가 줄었고, 말없이 경치를 감상하거나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잦았다. 오랜시간동안 생각에 잠긴 듯 보이던 그녀는 25세가 되던 해 여름, 환난성을 떠나 연주로 간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있어 오랜시간 자리를 뜨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는 명원 밖으로 나다니곤 했다. 굉장히 분주히 돌아다녔지만 그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냐 묻거든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연사ㆍ연제의 정식교류가 7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끝이나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원에 머무는 시간은 일주일에
하루이틀 정도로 줄었고, 그녀를 보았다 하더라도 늦은 저녁일 때가 많았다. 다른 사형, 사저들에게 종종 지혜를 구하곤 했으며, 그런 중에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29세가 되던 해. 평소와 다르게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당당한 미소를 걸치며 명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해냈어요. 모든 것을, 되돌려 놓았어요, 라고.
:: 가주 ::
현재 채 가는 많이 안정된 상태이다. 크고작은 문제들은 대체로 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는, 믿을만한 이들에게 가문의 여러
자리를 맡겨두었고, 채연은 가문의 중요한 일들을 주로 처리했다. 이를테면 가문의 대표로 해야할 일에만 간섭하고 자잘한 일들은 보고를
받는 형식. 채연이 명원으로 가겠다고 하자 '가주가 자리를 비워도 되는가'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채연의 태도는 단호했다. 채연의 빠르고
착실한 일처리 덕분에 필요한 일들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기에 그녀의 고집을 꺾을 도리가 없었다. 1년 전,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명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녀가 여유롭게 명원으로 돌아가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다른 선인들과 다과를 즐기는 일이었다고. 그러나
나라의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공
공 17 | 방 8 | 속 15 | 명 10
관계